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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회자(膾炙)’의 뜻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걸 이를 때 자주 쓰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회자되다’라는 낱말이다.     ‘회자되다’는 언론 매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보도할 때도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등처럼 종종 등장한다. 앞 문장에 잘못된 표현이 숨어 있다고 하면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릴 듯하다.   ‘회자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다. ‘회자되다’를 이렇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회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자(膾炙)’는 ‘회 회(膾)’ 자와 ‘구울 자(炙)’ 자로 이뤄진 낱말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인 ‘회’와 ‘구운 고기’를 뜻한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있는 음식처럼 칭찬받을 일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뜻으로 ‘회자되다’의 의미가 변화해 굳어진 것이다.   따라서 “그 노래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명곡이다”와 같이 긍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는 ‘회자되다’를 쓸 수 있지만,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등처럼 부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부정적 의미를 나타낼 때는 ‘회자’ 대신 ‘구설’을 쓰면 된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로, 긍정적 의미에는 쓸 수 없다. 우리말 바루기 회자 부정적 의미 긍정적 의미 언론 매체

2024-10-23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잘 살면 잘 죽는다’라고

소멸은 가장 완전한 작별이다. 형태도 없이 사라진다. 소멸 (extinction)은 없어진다는 뜻이다. 다시는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이 영영 사라진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관념 가운데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다. 죽으면 다시는 형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잘 살면 정말 잘 죽을 수 있을까. 섣부른 예단이나 예측에 잘 동요되지 않는다.   확실한 근거 없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판세나 대세에도 무관심하다. 인생을 중량의 법칙으로 저울질 하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혼자 남아 왕따 당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어차피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사는 게 속 편한 세상이다.   나는 확률을 믿지 않는다. 벼락 맞아 목숨 잃을 확률이 억만 분의 1이라 해도 내 머리에 벼락이 떨어지면 죽을 확률이 100퍼센트고 재수 좋게 안 맞으면 살 확률이 100퍼센트란 생각이다. 국어는 성적이 괜찮았는데 수학이 늘 꼴등이였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이 실질적인 연관성이 없다 해도 삶과 죽음을 동일선상에 놓으면 해답이 생긴다. 평탄한 길 따라 똑바로 걸으면 죽음이든 삶이든 방향이 같아진다고 생각한다.   ‘부대괴재아이형(夫大塊載我以形), 노아이생(勞我以生), 일아이로(佚我以老), 식아이사(息我以死), 고선오생자(故善吾生者), 내소이선오사야(乃所以善吾死也). 대지는 나에게 몸을 주고, 삶을 주어 수고롭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해주며, 죽음으로써 나를 쉬게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좋게 여기면 죽음도 좋은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장자의 내편 여섯번째 대종사(大宗師)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사의 절대적 문제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면 죽음이 끝, 종말. 사라짐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 뜻이다. 생명은 한 호흡 사이에 존재했다가 흐르는 물처럼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나이 들면 ‘웰 리빙’ 보다 ‘웰 다잉’이라는 단어에 숙연해진다.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하다.     어머니는 잠자리에 드시기 전 무릎 꿇고 “일주일만 아프다가 데려가 주세요”라고 기도하셨다. “일주일은 왜 아프세요?”라고 짖궂게 물으면, “갑자기 죽으면 너희들 놀랄 테고, 일주일 정도는 돌봄도 받고, 멀리 사는 아들 손주 작별인사 받고 가야지” 하셨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퇴원하신 후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다.     5년째 불치병으로 사투를 벌이며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하늘나라 가기를 간구하는 교인 소식을 들었다. 교회를 분열시키고 목사를 쫒아내고 교만과 중상모략으로 상처 입힌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지금 기억하고 있을까.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중략) 날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나태주 ‘11월’ 중에서     꽃은 홀로 피어나도 시드는 시간과 꽃잎이 흩어지는 순간을 술퍼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동안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자. 그대를 껴안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사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듯, 죽음이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마음 문 열고, 노을 등지고 바람 따라 길을 걷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editions 대표 아들 손주 부정적 의미

2023-06-27

[우리말 바루기] 드립 치지 맙시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많이 듣는 용어가 ‘드립’이다. ‘드립’ 이야기를 하면 아마도 “그래, 드립 커피가 최고지!”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드립’이 아니다. ‘개드립’이니 ‘막장드립’이니 하면서 쓰이는 ‘드립’ 얘기다.   이 ‘드립’은 ‘애드립(ad lib, 정확한 외래어표기는 ’애드리브‘)’에서 온 말이다. ‘애드립’은 원래 방송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이 ‘애드립’을 줄인 말이 ‘드립’으로, 인터넷에서 일종의 은어(隱語)로 쓰이고 있다. 주로 부정적 의미의 즉흥적 발언을 가리킨다.   ‘드립’은 ‘○드립’ 형태로 수많은 말을 만들어 낸다. ‘개드립’ ‘막장드립’ ‘패드립’에서 ‘뻥드립’ ‘섹드립’ ‘지랄드립’에 이르기까지 온갖 말이 붙는다. 황당한 말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두루 쓰인다. “개드립 치고 있네”처럼 다소 거친 어감의 ‘치다’와 어울려 쓰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드립’이 들어간 말은 부정적이거나 거칠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드립’이란 말엔 정확성과 구체성을 담보하지 않고도 얼렁뚱땅 상대를 깎아내리는 마법과 범용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 말에 유혹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드립’은 점잖은 사람이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우리말 바루기 드립 드립 커피 즉흥적 발언 부정적 의미

2023-03-29

[우리말 바루기] ‘드립’

유튜브를 보다 보면 많이 듣는 용어가 ‘드립’이다. ‘드립’ 이야기를 하면 아마도 “그래, 드립 커피가 최고지!”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드립’이 아니다. ‘개드립’이니 ‘막장드립’이니 하면서 쓰이는 ‘드립’ 얘기다.   이 ‘드립’은 ‘애드립(ad lib, 정확한 외래어표기는 애드리브)’에서 온 말이다. ‘애드립’은 원래 방송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이 ‘애드립’을 줄인 말이 ‘드립’으로, 인터넷에서 일종의 은어(隱語)로 쓰이고 있다. 주로 부정적 의미의 즉흥적 발언을 가리킨다.   ‘드립’은 ‘○드립’ 형태로 수많은 말을 만들어 낸다. ‘개드립’ ‘막장드립’ ‘패드립’에서 ‘뻥드립’ ‘섹드립’ ‘지랄드립’에 이르기까지 온갖 말이 붙는다. 황당한 말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두루 쓰인다. “개드립 치고 있네”처럼 다소 거친 어감의 ‘치다’와 어울려 쓰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드립’이 들어간 말은 부정적이거나 거칠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드립’이란 말엔 정확성과 구체성을 담보하지 않고도 얼렁뚱땅 상대를 깎아내리는 마법과 범용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 말에 유혹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드립’은 점잖은 사람이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드립’이란 말이 공적인 문장이나 대화에서는 사용되지 못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드립’은 ‘거시기’처럼 구체성을 담지 못함으로써 때론 어휘력의 빈곤을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소 가벼운 것을 추구하는 매체이더라도 가급적 이러한 표현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우리말 바루기 드립 드립 커피 즉흥적 발언 부정적 의미

2022-10-31

[우리말 바루기] ‘어깨 깡패’

‘어깨 깡패’‘깡패’라는 소리를 들으면 분명 기분이 나빠져야 하는데, 요즘 ‘깡패’ 소릴 들으면 흐뭇해진다는 이가 많다. “김 과장님 이제 보니 ‘어깨 깡패’였네요” “이 대리는 ‘실물 깡패’잖아” 등처럼 칭찬하는 말에 ‘깡패’를 붙여 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깨가 넓고 체격이 좋으면 ‘어깨 깡패’, 사진보다 실물이 더 잘생기거나 예쁘면 ‘실물 깡패’라고 한다. ‘깡패’를 사람한테만 붙이는 건 아니다. “그 식당 가격은 비싼데 분위기가 깡패야”처럼 어떤 것이 유독 좋을 때 ‘깡패’ 칭호를 붙인다.   ‘깡패’는 원래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부정적 의미의 단어다. 그런데 ‘깡패’라는 말이 이처럼 원래의 뜻을 넘어 긍정적 의미로 확장돼 쓰이고 있다.   ‘깡패’ 외에 ‘개-’도 의미의 변화 양상이 비슷한 단어다. ‘개살구’ ‘개수작’ ‘개망나니’ 등에서와 같이 ‘개-’는 원래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질이 떨어지다’ ‘쓸데없다’ ‘정도가 심하다’ 등 부정적 의미를 더하는 접사로 쓰였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 층 사이에서 정도 이상으로 좋다는 의미를 더할 때도 일부 형용사 앞에 ‘개-’를 붙여 쓰곤 한다. “이 음악 개좋아” “그 머리띠 개예쁘다”라고 표현한다. 흔히 ‘짱-’이라 했던 것에서 ‘개-’를 확장해 사용하는 것이다.   ‘깡패’나 ‘개-’의 긍정적 쓰임이 표준어로 인정된 건 아니다. 말은 사회를 반영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의 사회성을 고려한다지만 다양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고민할 때다.우리말 바루기 어깨 깡패 어깨 깡패 실물 깡패 부정적 의미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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